필자 용인외고 유호재

현재 우리 사회의 공공분야에는 부정부패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통칭해 ‘관피아’ 라고 부른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공공기관의 주요 관리 직책을 맡았던 관료 출신의 인사들이 관련단체나 기업의 주요 직으로 재취업해 과거의 인맥과 직책을 이용하여 기업의 편의를 봐주며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관피아 현상은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피아’는 협회, 금융기관에 재취업한 퇴직 경제 관료 ‘산피아’는 에너지 등 산하기관에 취업한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관료 ‘해피아’는 해운조합에 취직한 해양수산부와 해양 경찰 퇴직자들 ‘철피아’는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출신이 민간기업 공사를 발주해 관련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이를 통칭해서 관피아 현상이라고 한다. 이렇듯 감시자와 피감시자, 혹은 공공기관과 발주업체 사이의 유착관계에 의해 부정부패가 발생하는 것이 관피아 현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피아 현상으로 인해 각종 안전사고도 발생한다. 2년 전에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청해진 해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이 대표적인 해피아 현상의 폐해이다. 세월호가 불법 증축, 과적고정결박 불량 등의 상태로 운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안전검사기관과 해양수산부의 유착으로 인한 관리 감독 소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업체를 감독해야 할 철도시설공단이 ‘부실 제품’으로 판명난 제품을 또다시 납품 받거나 건설사의 편의를 봐주는 철피아로 인해 철도 차량 고장은 매년 100건 이상씩 발생한다.

관피아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지만 관피아 현상을 기반으로 한 각종 사건 사고들이 사회 이슈가 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삼풍 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이 부실공사로 인해 수많은 사고들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슬퍼하고 분노했고 이에 대해 정부는 나름대로의 방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개선된 점은 적고 현재까지도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고 문제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통찰이나 의견이 담긴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관피아 현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부터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존재해왔고 그 위험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있었지만 부분적인 규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찾기 위해서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현상에 대한 조금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피아를 예로 들어보자,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퇴직 공무원이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에 재취업해 해운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며 선박안전검사 등 감독을 부실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해운업계에 관련 공무원들이 취업하지 않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다. 해양 관련 전문가들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퇴직 공무원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양 관련 전문 지식들을 갖춘 일반인이 많이 없으니 돌려 막기 식으로 퇴직 공무원들을 받아드리는 것이다.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지고 업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결국, 관피아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전문 인력의 부족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재는 많은 경우 정부가 직접 설치한 기관으로부터 교육 전체를 진행하거나 극히 소수의 대학에 개설된 학과에서 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단편적이고 획일화 된다면 배출된 전문가들은 비슷한 깊이와 폭의 지식을 가진 채로 공급되고, 그 수도 당연히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렇기 때문에 해당 업계에서는 필요한 인적자원을 충분히 구할 수 없고, 자연스럽게 해당 업계와 관리 기관이 비슷한 교육을 받은 채로 충원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지원확대를 통해 여러 대학교에 학과를 개설하고 다양한 교육기관을 설립한다면 한 분야에서도 각종 전문 지식을 가진 차별화된 전문가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을 것이고, 전문가의 폭이 넓어진 결과 업계는 관피아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다양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 또한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해결책이 관피아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수많은 모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문제의 가장 밑바닥을 청소해 나가는 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처방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십 년 간 지속되어 온 고질병을 낫게 해 줄 치료법을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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