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용인외고 유호재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 미국과 유럽에서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됐을 때는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이라는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책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의 요지는 ‘자본 수익률(r) 〉경제성장률(g)’ 다시 말해,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구조상 필연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며 자본의 집중도가 높아져 경제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소득과 자본, 자본·소득 비율의 역학, 불평등의 구조, 21세기의 자본규제 등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소득불평등에 대한 이론적 배경의 소개에서 출발해 역사적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가설의 검정 정책적 제언으로 확장해 나간다. 소득 불평등을 설명하는 맬서스, 리카도, 마르크스, 쿠즈네츠 등의 다양한 선행 연구들을 살펴본 후 피케티는 쿠즈네츠의 가설을 비판한다.

쿠즈네츠는 <소득과 저축에서 고소득계층의 몫>이란 저서에서 1913년부터 1948년까지 35년간 미국의 소득신고서, 국민소득을 참고해 부의 분배에 대해 분석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쿠츠네츠의 역U자 커브>를 만들었다. 이 그래프를 통해 쿠즈네츠는 경제성장 초기에는 불평등이 심화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직종 간 평화로운 노동력 이동 과정을 통해 불평등이 개선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피케티는 이러한 현상을 제 1,2차 세계대전과 그에 따른 경제적 쇼크로 인해 자본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소득이 재분배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증가하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끝으로, 피케티는 글로벌 부유세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각국 정부가 공조해 자본가들에게 글로벌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자에게 최대 80%의 누진세와 상속세를 부과하고 부유층의 토지·주택·특허·금융자산 등 자산 전체에 매년 최고 5~10%의 글로벌 총자산세를 징수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제학자들도 일부 있었지만, 피케티는 이에 대해 “모든 것은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며 “자본주의와 시장이 민주주의에 예속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피케티는 소득불평등의 원천인 상위계층의 소득에 막대한 과세를 매김으로써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를 줄이고 이를 통해 소득불평등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케티 외에도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많은 평등론자들이 자본에 대한 과세를 촉구한다.

국내에서는 김낙년 교수가 한국의 소득불평등 문제에 대해 실증 연구를 진행한 바가 있다. 김낙년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상위 1%의 소득 집중도는 IMF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급증해 1997년 이전에는 7%에 머물렀지만 2012년에는 12.41%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2년 한국의 상위 10%의 소득 집중도는 45.5%로 52%인 미국보다는 다소 낮지만, 일본 40.5%(2010년 기준), 프랑스 32.7%(2009년 기준)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소득불평등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효율성 과 소득분배의 형평성 사이의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재분배 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

그러나 IMF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고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주목을 받으면서 사람들이 소득불평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 성장률을 높여도 성장의 과실이 자연스럽게 분배되어 소득불평등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인 주장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경제성장과 소득불평등의 해소가 상충되는 문제가 아니며, 소득불평등을 해소함으로서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피케티를 비롯한 소득분배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실증 연구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의 악화가 오히려 정치, 경제적인 불안을 야기하고,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소득불평등 문제의 해결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잘 설계된 소득분배 정책은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소득 분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 교육에 대한 투자의 수혜는 저소득층 자녀에게만 한정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및 기술혁신 등을 통해서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의료에 대한 지원도 의료 지원을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은 물론 개인의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형평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피케티가 제안한 전지국적 부유세(global wealth taxation)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국가 간 긴밀한 공조를 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유세를 부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또한 부는 소득과 달리 측정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정확하게 부과하는 것도 어려움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 소득불평등 문제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면서 경제 성장도 함께 이끌어낼 수 있다는 증거들이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한국의 소득불평등의 현실을 직시하고, 소득 불평등의 해소와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교육 및 보건 정책 등 창의적인 정책 구축에 매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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