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시체육회 이갑섭
세상 참 많이 달라졌다!

요즘 회장 선거가 한창인 체육계도 예전과는 딴판이다.

국정(國政) 챙길 시간도 부족할 국회의원들이 "이 한 몸 바쳐 최고의 협회로 키워보겠다"며 무더기로 출사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의 김재원(컬링)·윤상현(축구)·이병석(야구)·한선교(농구)·김태환(태권도)·홍문표(하키)·이학재(카누) 의원,민주통합당의 신장용(배구)·신계륜(배드민턴)·이종걸(농구) 의원 등 현역 국회의원만 10명이다.

그야말로 광풍(狂風) 수준이다. "스포츠 단체장이 정치인들 부업(副業)이 돼버린 것 같다"는 씁쓸한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 스포츠계는 오래전부터 정치인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55개 가맹 단체를 둔 대한체육회장의 역사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역대 대한체육회장 32명 가운데 정치인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교육자, 기업인, 관료가 4명씩이었다.

경기인 출신은 1명뿐이다.

정치인 출신 대한체육회장 11명 중에는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해 존경받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 양반 때문에 한국 스포츠 발전이 10년은 늦어졌다"는 비난을 받는 이도 있다.

예전에는 종목별 단체가 팍팍한 살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인 회장을 추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포츠토토 등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저마다 마케팅 능력을 조금씩 갖추면서 '회장님 선택' 기준도 바뀌기 시작했다.

경기장 건립 등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현안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국회의원 입장에서도 스포츠 단체장 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스포츠 분야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해당 스포츠 단체와 동호인까지 자기 지지 세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쏠쏠하다"는 소문이 났고, 이번 선거철에 정치인이 대거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인이 스포츠 단체를 맡겠다고 나서는 걸 싸잡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해당 종목 경기인 못지않은 열정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고 협회 지원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모범 사례도 많았다.

문제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쭉정이' 정치인들이다. 해당 종목 관계자들에게 "내일 TV 토론 나간다" "이번 선거 때 도와달라"는 식의 스팸 문자만 보낸 케이스도 있었고, 협회 내분만 키운 '사고뭉치 회장'도 있었다.
 
이번 선거판에 뛰어든 정치인 중에도 "정말 회장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 출마한 것 아니냐"는 구설에 올랐던 인사도 있다.

국회의원은 물론 그 누구라도 소신과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체육 단체 회장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를 발전시키겠다"는 희생과 봉사의 각오도 없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엉덩이를 들이미는 '얌체'들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체육인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정치인과 권력의 힘에 기대던 시대는 지났다. 주인의식을 갖고 협회를 이끌어갈 내부 역량을 키울 때가 됐다.

자기들 밥그릇 지키기에 눈이 멀어 경기장 한 번 찾은 적이 없는 정치인들을 '바람막이'로 끌어들이는 구태(舊態)는 청산해야 한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憲章)에는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정치·법·종교·경제적 압력을 비롯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IOC 헌장에 이런 내용이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올림픽 5위의 스포츠 강국을 내가 만들었다"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건 정말 꼴불견이다. <자료: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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